나의 이야기

수원아이파크미술관(2024년5월8일)

백재은 2024. 5. 31. 12:37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수원아이파크미술관에 갔다.백일홍이  향기를 뿜어내는 행궁광장으로 수원 연등회 행사의 모형석탑이 장식되며 활기를 띠고 있었다.
1전시실에서는 이길범 "긴 여로에서" 주제로 전시 되었다.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이 지닌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미학적 이슈로 전환하고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수원미술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전시를 열어왔다.이길범은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수원 작가를 재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한국화가 우당 이길범 1927년생의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었다.1927년 수원군 양감면(현 화성시)에서 태어난 이길범은 17세가 되던 해 산수,화조,인물 전 분야에 걸쳐 큰 명성을 얻었던 화가 이당 김은호(1892년~1979년)를 만났고 이들은 사제의 연을 맺었다.작가는 해방 직전 김은호가 안성에 머물던 시기부터 서울의 낙청헌 화숙까지 6여 년간 스승의 곁에서 그림을 배웠다.그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봄날의 온후한 기운을 그린 "춘난" 화조화로 입선하며 등단하였으나 6.25동란으로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게 된다.대구와 제주,부산에서 훈련괘도를 그리며 군생활을 마친 작가는 대한도기,대한교육연합회에서 도안을 디자인하고 삽화를 그리는 생활을 지속했다.53세가 되던 해 자신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마련한 이길범은 전업 미술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1980년대는 이길범의 의욕적인 활동을 발견할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수원미술계에 한국화 동인 성묵회를 결성하고 조직을 이끄는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정부표준영정 작가로도 참여하며 인물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이번 전시는 온화하고 담백한 미감을 형성해 온 이길범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자리였다. 전시는 비교적 이른시기의 작품 경향을 볼 수 있는 영모화조화와 탁월한 묘사력과 청담한 색채가 돋보이는 인물화,수원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산수풍경화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와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작가가 갈고 닦은  온화한 그의 성품이 느껴졌다. 동양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국보급 한국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화가 같았다.
(1)영모화조~영모화조도는 인물화와 산수풍경화에 비하여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소재이다.1949년 등단 작품은 "온후한 봄볕 아래 노니는 오리"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고 1981년 첫번째 개인전에서 소개된 대표작도 꿩과 까치를 그린 영모화였다. 작가가 그림을 공부한 낙청헌 화숙의 작화경향은 채색화풍의 화조,인물화로 시적 정취가 묻어나는 서정적인 작품을 전개하는 바탕이 되었다.이길범이 영모화조화에서 다룬 소재는 고양이,두루미,까치,모란,국화,연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각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고양이는 장수를 의미하고 참새와 까치는 기쁜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그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이다. 영모화조화는 새와 짐승,꽃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새의 날개 깃털을 말하는 영과 짐승의 털을 뜻하는 모와 꽃과 새를 뜻하는 화조와 함께 나무와 풀,곤충을 표현한 그림을 아우러 이르는 말이다. "오수","춘설","길일","부귀도","정","화조" 작품이 전시되었다. 한학을 수련하던 이길범은 친인척 소개로 1944년 김은호 문하에 들게 된다."오수"(1948년)는 김은호의 낙청헌 화숙에서 기거하던 시기에 그린 것으로 작가의 수학기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이길범은 스승이 내어준 갈색빛의 종이에 먹과 호분을 이용하여 흰 꽃과 고양이를 묘사하고 화면 우측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의미하는 길범사를 적었다. 꽃향기가 가득 퍼지는 고양이의 그림으로 매우 평화로운 정감을 자아냈다. 갈색 종이로 안정된 구도와 함께 매우 섬세한 고양이의 묘사로 매우 고풍스러웠다.초기부터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을 볼수 있는 조선의 동양화 한국화 맥을 이어온 작품 같았다. 안정된 구도,섬세한 필치,적절한 농담법,색채법,감성을 전달하는 법의 동양화의 교과서를 보여준것 같았다.영모화조 작품 중 제일 감동적인 작품이였다. "춘설"은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 한 쌍의 두루마리가 날개를 길게 뻗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장면을 그렸다. 과거부터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두루미는 예술작품에서 길상의 상징이다. 두루미는 불로장생의 상징물인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의미할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문관이 착용하는 관복의 흉배에 사용되며 입신양명과 출세를 뜻하기도 한다.옅은 산과 강을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자태의 두루미 한쌍이 희망의 날개를 안겨다 주는 길일 같았다. "길일"은 붉은 노을과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쌍의 까치가  앙상한 나무가지위에 다정스럽게 앉아 있는 그림이다. 까치는 예로부터 전설과 설화,예술작품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나 손님이 오는 것을 알리는 길조로 여겼다. 긴 겨울을 견딘 까치가 전하게 된 봄의 소리를 기다리며 기쁜날을 의미하는 제목을 부쳤다.수원화성 위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구도가 매우 놀라울 정도로 돋보였다. 먹물 농담을 매우 잘 살린 배경처리와 서로 다정한 까치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부귀도"는 1981년 가을에 제작된 작품으로 크고 풍성한 모란과 벌,바위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전통적으로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화려한 자태의 모란과 절제된 아취가 묻어나는 검은 모란을 함께 그리고 화면 왼쪽에 부이무교를 적었는데 이는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바위틈사이로 인고 생명력을 불태운 모란으로 검소하고 단아한 미감이 가득 퍼졌다. ""은  작가가 오랜 시간 다뤄온 소재 중 하나인 연꽃을 표현했다. 생명력 강한 연꽃은 유교의 이상향인 군자의 꽃으로 불려온 전통적인 화제이다.청아한 수묵담채의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생기와 고아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먹물의 농담을 잘 살린 배경 처리로 연꽃의 생명력을 더하였다. 흩날리는 버드나무 잎사귀에 드리운 연꽃이 군자의 미덕으로 빛났다."화조"(1981년)는 두루미,참새,제비,물총새,오리,연꽃,소나무,석류 등 길상적 의미를 가진 화제로 구성된 8폭 병풍작품이다.수묵 담채를 기반으로 꽃과 나무,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변화하는 사계절 분위기를 담았다. 첫번째 폭의 소나무와 두루미처럼 정성스러운 묘사와 농담을 활용한 열매와 꽃,잎사귀의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사계절의 자연소리가 병풍화면 가득 퍼졌다.담백하고 단아한 기품이 깃든 병풍이였다.즉 영모화조화는 자연을 통해 부이무교,군자미덕,길일의 교훈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였다.전체적으로 담백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담은 색채를 띠고 있었다.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동양화의 교과서는 안정된 구도,섬세한 필치,적절한 농담법,색채법,여백의 미,감성의 전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인물~ 이길범은 영모 화조 인물 등 다양한 화목을 소화한 한국화가이다.그러나 그의 화업의 시작은 인물채색화이다. 작가는 근대기 마지막 화가였던 어진 화가 김은호의 화풍을 범본으로 수련하는 과정을 거치며 정밀한 필치와 고아한 채색기법을 익혔다. 6.25 전쟁 직후 작가로서 재기를 위해 1955년 제4회국전에 출품한 "추향"역시 인물 채색화로 두 자매가 대화하는 모습을 그린 다정한 작품이었다. 1988년부터 이길범은 세 차례 걸쳐 정부표준영정 제작 화가로 참여하였고 그 중 "정조 표준영정"은 대중에게 가장 각인된 작가의 대표 인물화이다. 충직한 기운의 의복장식을 세밀하고 선명한 색채로 묘사하였다.어진은 제작방법에 따라 도사,추사,모사로 구분된다. 정조어진은 모사에 해당한다.극세필의 세밀한 붓질과 사실적인 묘사로 위엄의 표정을 배가시켰다.영정작품은 견고한 데생력과 사실주의 표현에 기반한다. "여성 인물화(데생)","정조 표준영정",조심태 표준영정","청아","호분동자","여심","독서" 작품이 전시 되었다."여성 인물화(데생)"(1949년)은 낙청헌을 방문한 여학생을 묘사한 데생이다. 목걸이를 한 여성의 옷 매무새가 현대 디자인에도 뒤지지 않는 패션을 자랑하고 있었다.사실적인 사생을 기초로 삼았던 낙청헌의 학습을 보여주는 데생이였다. "정조 표준영정(1988년)"와 "조심태 표준영정(2011년)"은 견고한 데생을 바탕으로 사실주의 적 표현에 기반된 작품으로 조선시대 어진화가의 데생법,색채법,인물묘사의 대를 이어 받은 작품 같았다."청아"(2003년)는 맑은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은은하게 피어나는 연꽃과 사색에 잠긴듯한 여인의 모습을 담백한 색채로 묘사하였다.연꽃 향기에 도취된 미모의 여인으로 낭만적인 추억이 묻어나고 있었다."호분동자"는 청량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활과 함께 호랑이등에 올라탄 소년을 호분동자라는 제목을 붙였다. 호랑이는 벽사 그림의 대표적인 소재로 오랫동안 힘과 용맹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겨졌다. 소년의 표정에서 두려움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반면  호랑이는 앞발을 우아하게 내디디며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 밖을 응시 한다.청량감이 넘치는 굳은 절개의 대나무를 부드럽고 옅은 선염으로 처리하여 용맹스러운 호랑이와 늠름한 기상의 소녀의 표정을 배가 시켰다. "여심"(2017년)은 고가구위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간결한 선의 필치와 함께 향토적인 색채로 근대 신여성 처럼 비추었다."독서"는 조명불 아래 화분이 놓인 식탁 의자에 앉아 독서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였다. 안정된 구도로 평면화에도 불구하고 입체감이 있었다. 청색 원피스의  맑은 기운이 화면 가득 퍼지며 집중력있는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 이였다.즉 사실주의 표준영정과는 달리 인물화는 형태의 간결함과 평담한 색채가 중심이 되고 있었다. 작가의 삽화활동 영향으로 서정적인 색채와 정겨운 화면 구성을 이루고 있었다.추억을 소환하는 정서로 낭만적인 정감으로 가득찼다. 
(3)산수풍경~그의 산수풍경은 수원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르이다. 작가의 산수풍경화는 실제 풍경을 스케치와 사진으로 옮겨 온 뒤 완성되거나 실제 장소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재조합하고 회화화 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수원화성이다. 옅은 먹과 청색의 청량한 어우러짐이 특징인 "수원화성"작품은 현대적 감각으로 변모한 작가의 화풍이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근작을 중심으로 관찰되는 먹의 자연스러운 번짐과 금분을 활용한 화면 구성은 전통적인 소재와 화법 질서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그의 특유의 작품이다.""(1982년)은 수원미술계에서 첫 한국화 동인 성묵회를 결성한 해에 그린 작품이다. 먹은 농도의 옅고 짙음에 따라 숯처럼 진한 초묵부터 농묵,중묵,담묵,가장 옅은 경묵까지 오색의 빛을 가졌다고 여겨진다. 작가는 먹의 농도와 번짐효과를 사용하는 발묵기법으로 묵직한 산의 경치를 여지없이 표현하였다.웅장하고 신비로운 산세를 발묵기법으로 표현한  현대화풍 같았다. "매물도 일출"은 작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작품으로 작가의 시선이 늘 머무는 곳에 있었던 그림이다. 남해 제일의 비경으로 알려진 매물도는 통영에 자리한 섬이다. 작가는 인상 깊었던 매물도의 일출 순간을 안개낀 산수의 흐릿한 정경의 선염과 묽은 먹물인 연한 담묵으로 화폭에 담았다.갈매기가 춤추는 맑은 바다의 신비한 기암괴석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였다. 신비한 바위를 간결한 선과 함께 먹물의 농담을 살려 표현한 매우 간결한 응축된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사계"(1995년)는 1995년 여름 작가가 사계절의 산수풍경을 그린 8폭 병풍이다. 작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감을 담은 산수를 각각 2폭씩 표현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구절을 적었다. 그 가운데 늦여름 짙은 녹음을 가득 머금은 산수 풍광과 함께 적은 낙재기중은 논어 술이편에서 인용한 것으로 그 안에 즐거움이 있음을 의미하는 구절이다. 다른 산수풍경 작품 보다 더 세밀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였다.여덟폭의 화면을 아우르는 작가 특유의 청명한 채색과 세밀한 필치로 깊고 고요한 산수의 정취를 자아냈다.사계절 다른 깊은 산속의 정취로 평안과 안식을 주는 자연의 찬가 같았다."해금강의 봄"(2008년)은 해금강은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바다에 옮겨 놓은듯하여 붙은 이름이다. 작가는 금강산 여행 중에 해금강의 절경을 마주했던 순간의 감흥을 화폭으로 불러왔다.완만하게 펼쳐진 능선을 엷은 먹으로 표현하고 뭉퉁한 바위를 물들이는 무더기를  분홍색 태점으로 묘사하여 해금강의 봄을 화사하게 담은 것이 특징이다.단순한 선과  안정된 구도,먹물의 농담으로 신비로운 해금강의 절경을 담고 있었다.암석을 표현하는 필치가 조선시대 화가 정선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방화수류정"은 용연주변 버드나무가 풍기는 운치를 짙은 먹과 금분을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표현하였다.화면 귀퉁이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의 자태가 푸르른 물 그림자를 만들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바위위 방화수류정의 용연주변으로  버드나무가 드리우며 신비로운 방화수류정과 용연을 담고 있었다. "서장대에서 바라 본 광교산"은 서장대에서 바라 본 광교산을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우직한 색면으로 단순화하여 그렸다.서장대의 성벽길의 유려한 자태의 소나무가 하늘까지 뻗고 노을아래 광교산의 배치로 구도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노송과 수원화성"  이길범은 강원도와 금강산처럼 유람을 다니며 경험한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담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수풍경화는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화면 밖으로 뻗어올라가는 노송과 구불거리는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홍매화가 정겹게 느껴진다. 노송과 매화,수원화성을 단순화하여 재구성한 화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화성 성벽과 산봉우리를 화면 하단에 배치하고 드높은 푸른하늘에 우뚝솟은 노송이 화면 위로 솟구치듯 뻗어가는 구도를 이루어 매우 인상적이였다.절개의 매화향기가 발하는 수원화성의 노송이 인고의 생명력으로 꿋꿋하게 기상의 나팔을 부는 것 같았다.배경을 단순한 선과 함께 흐리게 선염으로 처리하고  노송을 길게 화면가득 채우는 구도와 색처리가  현대화풍을 지니고 있었다."수원화성"은 산수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주로 현실 풍경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가 포착한 대상과 장소 이들은 모두 재조합되거나 회화화되어 작가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소화되었다. 하늘 위로 높이 뻗어  나가는 소나무와 단순화된 수원화성의 형태는 사실적인 묘사로 전달하지 못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듬뿍 안고 있다.하늘위로 솟은 소나무가  수원화성을 드리우며 매우 운치가 있었다.팔달산과 언덕,하늘의 색면 처리와 단순화한 수원화성,짙은 먹물의 소나무로 매우 고즈녁한 성곽길을 표현하였다.매우 단순한 선과 색면처리,안정된 구도로 작가의 감성을 담아낸 매우 놀라운 작품이였다.이길범은 대한교육연합회에서 삽화를 그리던 시기 예명으로 이화산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수원화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즉 그의 산수화는 절경을 마주했던 순간의 감흥을 화폭에 담았다.화폭속에 세상의 물리적인 크기와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작가의 감성을 담기 위해  매우 단순한 선과 색면처리,구도로 단순화하여 재구성하였다.사실주의 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선,안정된 구도,배경처리,고아한 색채법으로  작가의 감성이 모두 담겨져 매우 놀라웠다. 배경은 짙은 먹색,발묵기법,금분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감성을 배가 시켜 표출하였다.배경을 단순한 선과 함께 흐리게 선염으로 처리하고  주요한 소재는 길게 화면가득 채우는 구도와 색처리가  현대화풍을 지니고 있었다.간결한 선,우직한 색면처리,이색적인 구도로 매우 간결한 응축된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이길범은 조선후기 대표화가 김은호 문하의 제자로 우리나라 대대로 맥을 이어온 한국화와 서양 현대화풍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한국화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앞으로 이길범의 맥을 이어나갈 한국화 작가가 이어오길 바라며 전시실을 나왔다. 
 
제2,3,5전시실에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주제로 전시 되었다. 
여자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전시는 역사와 사회의 변곡점에서 일해왔던 여성들의 단상을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 여성들에게 봉착했던 난관들과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여성의 일을 향한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촉발하는 매개가 되길 바라며 전시하고 있었다.1970년데 버스 안내원 사진,화장품 방문판매원의 가방,여성중앙 잡지,전화교환원 모집의 1970년대 여성의 직업 전선을 담은 전시들로 경제대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 역사를 담고 있었다.
로사로이(1958년~)는 독일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 작품으로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그의 작품에는 여성이 전면에 등자한다."변신"(2022년)에는 인간의 신체를 닮은 식물인 맨드레이크로 약을 조제하고 있는 여자들을 표현했다."겨울철을 위한 포장"(2022년)은 회화 작품을 옮기고 있는 두 명의 여자들을 볼수 있다. "밤이 되기 전에"(2022년)은 한 여인이 다른 여인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이렇듯 그의 작품에서 여성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존재들로 묘사된다.그의 그림에는 대부분 두 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한다.이들은 쌍둥이거나 서로가 서로의 또 다른 자아인 것처럼 보인다.이는 상상 속의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 외로움을 달랬다는 작가의 유년 시절을 연상시킨다.서로를 돕고 의지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여성 간의 협동과 연대에 대한 동경을 드러낸다. 현대미술 영역에서 유일하게 카세인을 사용하는 작가다. 카세인은 우유에서 추출한 단백질의 한 종류로 교회 프레스코화의 재료이기도 하다.카세인 페인트는 표면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면서 로사 로이 작품에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그의 작품들은 상상속의 여성인물들이 겹치며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작가의 고독을 담은 여러가지 장면들이 등장하며 초현실적인 상상을 담은것 같았다. 
임흥순(1969년~)은 영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한 작업을 선보였다.
강용석(1958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전쟁이후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층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그의 작품은 분단 이후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의식 어떻게 변했는지 살피며 전쟁이 남긴 상처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고찰하였다."동두천 기념사진"(1984년)은 약소국 여성이라는 취약한 주변부의 초사을 담고 있다.강대국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약소국의 슬픈 초상으로 여성은 낮은 위치에 속할수록 권력관계 우위를 취하고 있는 자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타자이자 피지배의 대상이 되곤 하는것을 보여 주었다.
카위타 바타나얀쿠르(1987년~)는 자신의 신체를 활용한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활발히 이어 왔다."셔틀"(2018년),물레(2018년),"염색"(2018년) 작품의 퍼포먼스는 방적과 방직 염색 실제 직물산업에서 이루어지는 공정과 노동을 신체적 움직임으로 치환한 것이다.작가의 신체는 그 자체로 도구이자 기계가 된다. 자본주의 산업현장에서 아시안 여성의 노동착취 문제를 은유하였다.
권용주(1977년~)는 설치와 조각을 주된 매체로 노동과 예술가 그리고 사회 시스템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연경"(2014/2016년)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연경이란 섬유를 직조할때 날실의 끝과 다른 날실의 시작 부분을 연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후이팅(1979년~)은  사회경제 체제하에 노동환경과 그 속에서 여성이 처한 상황을 심도있게 고찰하였다. 
김이든(1991년~)은 시각예술가이자 연구자로 사진,영상,텍스트등 다채로운 매체를 가지고 인문학적 정치적 이슈를 탐구하였다.
방정아는 주변을 둘러싼 일상을 소재로 한 회화작업을 이어왔다."집 나온 여자"(1996년)은  강렬한 눈빛과 노동에 매진하는 행위가 돋보이는 웅크린 중년 여자 모습으로 예리한 현실을 담고 있었다. 강렬한 표범 무늬의 의상은 인물의 강인한 에너지를 극대화하였다."아무말 하지 않아서 좋았어"(2016년) 말하지 않아도 위로의 감정이 전달되며 세 여성은 공통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음을 짐작한다." 좀 흔들리면 어때"(2023년)은 수시로 흔들리는 마음을 자연에 비유한 작품이다.즉 그의 작품의 특징은 선을 통해 감정묘사를 표출했다. 풍경을 구성하는 선은 형태를 구축하고 운동성을 부여하며 나아가 형태를 해체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인간의 심리적 징후처럼 보이는 선의 표현으로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좀 흔들리면 어떻냐? 문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가정의 노동과 속박에서 자유하고자 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제4전시실에서는 "세컨드 임팩트" 주제로 전시 되었다.원본과 복제에 대한 조명이였다.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영의 문장을 발단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시선을 보자면 첫째 원본성을 되찾아야 할 상태이며 유일한 가치로 바라 보는 것이다.원본은 대체될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무엇을 말하며 이는 복제본에 대한 초월적인 위치와 위계를 갖는다. 둘째는 모두가 복제가 되어버리는 배경과  원인에 주목하고 창작자에게 겸허한 태도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기존의 것에 대해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에 대해  주목한다.마지막으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성에 주목하는 관점이다.각 파트는 법적 정의와 관람방식,사고실험 등 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었다. 
(1)법으로부터  원저작물,복제물,2차적 저작물~대한민국 저작권법에는 원저작물,복제물,2차적 저작물이라는 3가지 개념이 등장한다.복제물과 구분되는  2차적 저작물의 성립요건은 크게 두가지로 첫째는 창작성으로 사상과 감점이 담긴 창조적 개성으로 요약 정의 할수 있다. 둘째는 원저작물의 저작자에게 2차적 저작물의 제작을 허가 받아야 한다.그리고 원본이 활용된 의도와 목적에 따라 오마주,페러디 등으로 분류된다.원저저작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원본이 2차적 저작물에 대하여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의미하지 않는다. 2차적 저작물의 정의는 별도의 저작권을 갖고 존중받을 수 있는 창작물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즉 원저작물에 기반해 제작된 또 다른  원저작물인 셈이다.전시에서 2차적 저작물로 분류할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였다.이명호의 "서장대"와 이이남의 "인왕제색도"로 각각  건축저작물과 미술저작물을  원저작물을 활용하여 제작된 2차적 저작물로서 각각의 고유한 연출과 해석을 가미하여 창의성을 인정받은 독립적인 저작물이였다. 
(2)사진;자료와 작품의 이분법~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사진의 등장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사진은 영혼이 없는 기계적 공정일 뿐 정성과 사유의 결과인 예술인의 회화작품과 비교할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은 1800년대 중반부터 100년의 논쟁을 지나 제8의(프랑스 분류법에 따라)예술로 인정 받았다.현대에서는 기록용,자료용 사진과 예술사진으로 나눌 수 있다. 
 
제4전시실을 지나 수원을 대표하는 나혜석 전시실로 그의 복제품이 전시되었다. 말년의 매우 불후한 작가의 모습을 담은 "학서암 염노장"으로 파킨스병 투병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작품 같았다.
 
미술관 내부의 통유리창으로 드넓은 행궁광장과 함께  정조테마공연장이 비추며  매우 싱그러웠다. 복도로 배형경의 "벽.인간1,3"조각작품이 진열되었다. 장애물에 직면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역경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장애물을 마주 하며 좌절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였다.한계에 부딪치기도 하고 장애물을 통과하가도 하고 고난과 역경을 맞이해야 하는 인생의 힘겨움을 표현하고 있었다.수원아이파크마술관 옆 행궁주위는 19세기 말 신풍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로
조선시대 우회관터를 복원하기 위해 학교를 이전하였다."우화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던 객사였던것으로 복원을 하며 드넓은 마당을 이루어 평안한 안식처 같았다. 장대한 초목이 조춘화 선생 추모비를 드리우며 넋을 위로하고 있었다. 맞배지붕의 슬래트 지붕과 함께 적벽돌위  창문을 한 학교건물이 남아 있었다.일제양식이 잔재하는 건축으로 흰벽체에 녹색띠를 장식하며 새롭게 단장하였다. 하늘위로 우뚝솟은 장대한 초목과 조화를 이루며 레트로 감성을 자아냈다.소나무가지들이 유려한 부채살처럼 뻗어난 마당으로 푯말들이 붙어 있었다.우화관권역의 발굴조사 중 현 위치에서 삼국시대 석실묘2기가 확인되었다 이 중 1기만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상부는 사라지고 벽석 일부가 남아 있었다 부장품으로 목이 짧은 항아리와 접시 병이 발굴되었다.조사를 마친 후 복토한 상태이다라는 푯말이였다.화성행궁 물길로 팔달산에서 시작된 물길이 낙담헌 앞의 연못으로 유입되어 우화관 내삼문 밖 마당을 가로질러  흐른 뒤 행궁을 둘러싼 큰 물길과 합류된다. 발굴조사 결과 행궁 물길은 근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러나 현대 도시여건을 고려하여 연못을 통과하여 흐르는 물길과 우화관 내삼문 밖 물길 만 복원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1982년 지정된 350년된 느티나무보호수 3그루가 매우 장대하게 "신풍루"를 드리우며 고즈녁했다. 외국인들도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하며 정조의 혼을 달래는 듯 했다.현륭원에 올릴 제물을 마련하고 문서를 정리 보관하는 곳인 "별주"가 복원되어 있었다. 삼문의 담장길 따라 담장사이로 네모난 연못과 함께 별주가 비추며 평화로웠다. 지하의 현대식 건축과 지상의 한옥이 매우 조화를 이룬 "정조테마공연장"으로 풍악이 울려 퍼졌다. 담장길에 담장없이 창살문이 마루와 연결되는 양식으로 이색적이였다.집으로 향하는 중 팔달문이 수비하는 오케이농산에서 오이를 싸게 구입했다.미술관에서 팔달문시장까지 정조의 얼이 녹아내린 역사길로 언제나 가도 운치있는 활기찬 문화의 거리를 이루고 있었다.

행궁광장~백일홍
행궁광장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제1전시실

이길범)

(1)영모화조

오수 1948년
길일
화조
춘설

 

부귀도 1981년

(2)인물

청아 2003년
호분동자
여심 2017년
여성 인물화 1949년
독서
기쁜 날 2016년

(3)산수풍경

산 1982년
방화수류정
서장대에서 바라 본 광교산
매물도(일출)
사계1995년
노송과 수원화성
해금강의 봄 2008년
수원화성

제2,3,5 전시실

 

1960년대 선경직물 공장 사진 1960년대
아모레퍼시픽 최초 방문판매원 1960년대

 

아모레 화장품 외판원 가방

 

로사로이)

겨울철을 위한 포장
밤이되기 전에 2022년
변신 2022년
로사로이~지구의 소리 2013년

카위타 바타나얀쿠르)

염색 2018년
물레
카위타 바타나얀쿠르~셔틀

권용주)

권용주~연경 2014,2016년

후이팅)

후이팅~화이트 유니폼 2017년

방정아)

집나온 여자 1996년
웅크린 표범여자 2022년
좀 흔들리면 어때 2023년
아무말 하지 않아서 좋았어 2016년

나혜석 전시실

나혜석)

학서암 염노장

제4전시실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실내

배형경 벽-인간1,3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옆
화성행궁
정조테마공연장